오늘도 응급실에서: 자해 상처를 마주한 순간
“죽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이렇게 하면 마음이 순간 편해지거든요.” 오늘도 응급실에서는 손목에 막 꿰맨 듯한 상처가 가득한 젊은 환자와 피곤에 지친 보호자를 만났습니다. 환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보호자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입원까지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해는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비자살적 자해란 무엇인가?
비자살적 자해는 자살 의도 없이 자신의 신체에 반복적으로 해를 가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이는 **2013년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진단 범주로 제안되었습니다.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1년에 5회 이상 신체 표면에 고의로 상처, 출혈, 고통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 경우.
-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신체 손상을 목적으로 하고, 자살 의도가 없어야 함.
비자살적 자해는 주로 10대 초반에 시작되며, 20대에 입원율이 가장 높아집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자해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응급실에서도 신체 상처는 치료받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기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자살적 자해, 정말 죽음과 무관할까?
죽고 싶지 않았던 자해라도, 죽음과 가까운 연관성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자살적 자해는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인입니다. 반복적인 자해는 자기 상해에 대한 두려움을 점차 감소시키고, 통증에 대한 내성을 키우며, 이는 자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이후 10대와 20대에서 비자살적 자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해를 선택한 이들은 주로 “혼자서 해결하려 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자해를 통해 감정을 해소하려는 모습입니다.
자해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
자해를 경험한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힘들었겠어요.”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버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짐을 다른 이와 나눌 수는 없을까요? 친구, 가족, 혹은 전문가에게 마음을 열어보세요. 당신이 그렇게 힘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자해의 상처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자해 상처를 발견한 보호자 역시 당황스럽고 무력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화를 내거나 다그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화를 내기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세요.
“네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고 싶어.”
이러한 관심과 애정 어린 대화는 자해 행동을 멈추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자해는 숨겨야 할 잘못이 아닙니다
자해는 자신의 어려움을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한 결과일 뿐입니다.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나를 아프게 하기보다,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더 건강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아픔을 타인과 나누는 것이, 자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비자살적 자해는 단순한 상처가 아닙니다. 그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이 신호를 발견한 모두가 함께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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